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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넫챠미K 202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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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이 아주 가까운 주택으로 이사온 후로는 거의 대형 마트를 가지 않았다. 아파트에 살 때는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서 일주일 치 필요한 것들을 한꺼번에 사곤 했었다. 이젠 시장이 정말 코 앞이다보니 그때 그때 필요한 것을 가서 산다. 그러다보니 정말 매일 매일 시장에 가는 것 같다. 어쩔 때는 2-3번을 가기도 한다. 

- 나는 대형마트에서의 장보기도 너무 재밌었지만 시장에서의 장보기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시장 상인이면서 손님이라서 대화를 듣고 있으면 참 재밌다. 서로 친하기도 하고 그래서 서로 안부도 묻고 음식을 나눠먹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다. 시장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예뻐라 해주는 모습도 참 보기 좋다. 근데 또 젊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귀여워 하는 방식과는 달라서 그것도 재밌다. 생선 가게가 문 닫은 날, 가게를 덮어둔 비닐 위에 고양이가 팔자 좋게 누워있는 걸 보고 나는 사진 찍고 난리가 났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다 그러려니 그냥 지나가는 것도 참 웃겼다ㅋㅋㅋ 귀여워하기는 하는데 약간 방식이 시니컬하다 그러나...ㅋㅋㅋㅋ 야채가게 아주머니, 건어물집 아주머니, 과일가게 할머니, 고깃집 아저씨, 김치집 아저씨... 얼굴, 말투, 목소리 하나하나 다 생생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캐릭터가 참 개성있고 재밌닼ㅋㅋㅋㅋ 가족들이랑 시장에 한번 갔다오면 사람 구경 하느라 재밌어서 항상 엄청 웃으면서 돌아온다. 

- 매일매일의 식자재 가격을 보는 것도 참 재밌다. 같은 시장에 야채가게가 몇개씩이나 되지만 가게마다 가격도 품질도 달라서 이 집 물건이 별로면 다른 집에 가본다. 다 물건이 거기서 거기지 싶었는데 정말 오해였다. 집집마다 유난히 잘 들여오는 품목들이 있기도 하다. 어떤 집은 항상 고구마가 맛있고 어떤 집은 다른 건 다 비싼데 맥주나 막걸리가 유난히 싸기도 하다. 최근에는 비싸서 잘 안 가는 작은 마트가 있는데 그 집에서 키위 10개에 오천원에 팔길래 정말 놀라워하며 자주 사러 간다. 이렇게 집집마다 물건이 워낙 달라서 한번 장보러 나가면 그냥 한 곳에서 다 사오는 일이 절대 없다. 꼭 시장을 다 돌면서 이집저집 들리게 된다. 그러다보면 예상치 못하게 엄청 저렴한 상품을 보고 집어오고 저것도 집고 하다보면 장바구니가 맨날 엄청 무거워져있닼ㅋㅋㅋ

- 쇼핑이란 게 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장보는 것 또한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시장 후딱 갔다오자고 하고 갔다오면 30분이 훌쩍 지나있다. 매일 가는 시장이고 매일 뺐기는 시간인데도 엄마랑 나는 매일 시계를 보며 어이없이 웃는다. 저 시장에 정말 뭐가 있나, 왜 이렇게 시간이 빨라. 가면 이것저것 구경하고, 기웃거리고, 걸음도 느려지나보다. 개인적으로는 마트보다 시장이 체감상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마트는 품목들이 한 곳에 모여있어서 어쨌든 한 방향으로 가다보면 장바구니에 물건들이 다 담기는데 비해, 시장은 야채가게만 해도 몇개씩 되고 정육점도 워낙 많아서 한쪽으로 가다가도 또 돌아오고, 생각해보니 거기 물건이 좋아서 또 돌아가고 그런다. 물론 그게 다 재미다.

- 우리 동네 시장은 야채나 신선식품 가격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너무나 만족스러웠지만 사실 공산품이 워낙 없어서 처음엔 그 점이 되게 불편했었다. 물론 아직도 갑작스럽게 우유나 치즈 혹은 요거트 같은 게 떨어지면 좀 곤란하긴 하다. 아예 안 파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품목이 적고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정말 잘 됐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싸게 파는 것들은 신선 식품이다보니 그때그때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때 그때 가장 신선한 제품을 사는 것이 더 좋으니 시장에서 사는 게 베스트고, 공산품들은 쟁여두고 먹어도 되니 그냥 인터넷으로 시키면 될 일이다. 요즘은 워낙 쿠팡이 잘 돼있으니 대형마트를 가도 사실 구매가 망설여진다. 웬만한 공산품들은 다 쿠팡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쿠팡과 대형마트 이렇게 두가지 쇼핑 라인을 이용하는 것보다 쿠팡과 동네 시장 이렇게 두 곳에서 쇼핑을 하는 것이 훨씬 보완적이고 좋다. 

- 시장의 매력에 하도 푹 빠지다보니 나는 앞으로도 거주지를 옮기게 될 때 근처에 시장이 있는지 꼭 확인할 것 같다. 아 물론 그 시장이 어떤 시장인지 꼭 꼼꼼하게 알아볼 것 같다. 시장도 시장 나름이라, 가끔은 시장의 단점만 가지고 있는 시장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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