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빠에게 블루투스 이어폰 사용법과 음악 듣는 법을 알려드렸다.
느낀 점이 있어서 일기로 남긴다.
우리 부모님이 늙었다는 걸 내가 잘 몰랐던 것 같다.
엄마에게 스마트폰으로 음악듣는 법 같은 걸 알려줄 때
엄마가 늙은 것이 아니라 그냥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아빠에게는 그런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것이라 생각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빠는 하루 3시간씩 걷기를 하면서도 음악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팟캐스트나 음악을 분명히 좋아하고 즐겨 듣는 사람인데, 그 시간에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이다.
안 듣는 게 아니라 못 듣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고, 들을 수 있게끔 세팅을 다 해줬다면 진작에 들었을 것이다.
배울 능력치가 안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새로운 걸 배우기 귀찮고 막연히 어려워서 시도조차 안 해본 것 같았다.
혹은 자식이 그런 것들을 알려줄때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
그런 감정들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멀리 했을 지도 모른다.
부모님은 아직 60살도 되지 않았다.
고학력자에 머리도 좋고 똑똑한 분들이다.
아빠는 최신 기술에 관심도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스마트폰 사용법도 잘 익히지 못한다는 것이 나에겐 믿기 힘들었다.
더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소극적인 태도, 빠른 포기 때문에 정체되어 있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정말 배울 능력이 퇴보할 것이다.
친구한테 알려주듯 이거 하고 이거 하면 돼 라고 했을 때 단박에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했다.
이게 뭐고, 저게 뭐고 이거 누르고 그러면 이게 뜰거야, 그러면 이걸 눌러,
혹시 안되면 이걸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이렇게 해보고...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수준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준다.
그렇게 알려주면서 마음이 복잡했는데 그 감정 속에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귀찮음은 없었다.
대신 그 설명을 하나하나 귀기울여 듣고, 알아들으려고 외우려고 익히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정말 몰랐던 거구나, 이런것까지 설명해야하나 싶었던 것들조차 몰랐던 거구나.
내가 무심했구나, 엄마아빠에 대해 잘 몰랐구나 반성했다.
동시에 만약 내가 그냥 이 정도는 알겠지 하고 대충 알려주고 넘어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아마도 부모님은 나를 붙잡고, 모르니까 더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앞에서는 알아듣는 척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해보다 안되면 그냥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다 내가 나중에 문득 생각나서 그때 알려준 거 잘 쓰고 있어? 라고 물으면
대충 말을 얼버무리면서 그냥 귀찮아서 안 써~ 라고 할 것이다.
답답하고 뭔가 안쓰럽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되기는 커녕 더 자주, 더 강하게 느낄 감정이다.
늙어가는 부모님에 대한 답답함, 안쓰러움.
그럴수록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할 것 같다.
그래도 알려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복돋아줘야겠다.
그래서 생각한건데, 엄마,아빠에게 노트북을 사주고 싶다.
스마트폰도 좋은 걸로 사주고 싶고.
엄마,아빠한테 뭘 알려주다보면 내 폰에서는 잘 되던 것조차 안돼서 애를 먹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애초에 잘 활용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대충 싸구려 핸드폰이나 싸구려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기계를 사줘서 직접 써보고 얼마나 편한지 느껴보면 스스로 더 배우고 싶어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새로운 문화도 알려주고 좋은 곳도 같이 가보고 다양한 음식도 먹어보고.
그러려면 내가 우선 그들을 리드할만한 능력이 있어야된다.
돈도, 시간도 내게 있어야 하고 나 또한 그런 것들을 잘 알고 있어야하고.
딱 이 시점이 부모와 자식의 입장이 뒤바뀌는 시점 같다.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는 자식에게 새로운 것, 좋은 것들을 다양하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다양하게 이것저것 먹어봤으면 좋겠고, 좋은 곳들도 데려가면서 다양한 세계를 알았으면 하는 것처럼.
나도 이제 나의 부모님에게 그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
부모님이 좀더 다양하게 많은 것들을 해보셨으면, 먹어봤으면, 가봤으면 한다.
은혜를 갚을 시점이 온건가? 하하하ㅏㅏ
부모님을 항상 생각하면서 또 나를 챙기면서 같이 살아가야겠다.
내가 내 한몸 잘 건사해야 부모님도 챙길 수 있으니 내 할일을 알아서 잘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맛있는 거 먹을 때면 포장해서 부모님께 갖다드리고
좋은 곳에 가면 부모님과 다음에 같이 와보고
좋은 물건이 있으면 부모님도 사드리고.
효도가 별 게 아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알려주고 같이 했으면 좋겠는 마음이 사랑이고,
부모님께 받은 그 감사한 사랑을 이제는 은혜갚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해드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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